김 은 환(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경영학박사)
세계는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경영학에서는 컨틴전시 이론이라 하여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최선의 전략이란 없으며 상황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업종, 모든 국가, 모든 기업에 통용되는 메가트렌드라는 것이 있다.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며,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대세로 보인다. 따라서 불확실성, 역동성에 대응하여 기업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자기변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기업에 피할 수 없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1. 환경변화의 특성
기업환경의 특성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표현할 수 있으나 크게 둘로 나눈다면, 우호적 환경과 적대적 환경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우호적 환경이란 환경변화 속도가 느리고 경쟁자의 진입이 억제되고 있으며 환경 자체가 풍요로와서 수익기회가 높은 것을 말한다. 모든 기업이 이런 낙원 같은 환경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어떤 기업도 이런 우호적 환경에 안주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우선 기술개발 속도와 기술전파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일수록 기술개발과 전파 속도는 느렸다. 앗시리아인들이 철기 무기를 가지고 주변민족을 정복하기 시작하고 나서 수백년이 지나도록 철기의 비밀은 다른 민족에게 전수되지 않았다. 이 수백년 동안 앗시리아는 오리엔트의 절대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 기술을 개발해도 특허로 보호받지 않는 한 단 몇 년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이런 빠른 기술변화는 제자리에 정체해 있는 기업들을 순식간에 퇴보시킨다. 마치 설악산 계곡 물에 사는 버들치들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위해 온몸을 떨며 헤엄을 쳐야 하듯이 오늘날의 기업들도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끝없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기업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기업의 업종진입의 제한이 없어졌다. 최근 통신시장의 개방이 보여주듯이 한때는 독점기업의 아성이었던 산업들이 자유경쟁체제로 바뀌고 있다.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직까지 글로벌 시장의 개방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이제는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낯선 경쟁자들과 안방에서 몸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또한 과거에는 같은 업종내 기업과의 경쟁에만 신경을 쓰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업종의 경계 안에 안주하고 있을 수 없다. 여행사의 가장 큰 경쟁업체는 또 다른 여행사가 아니라 케이블 영화 채널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휴가 중에 경비가 많이 들고 힘든 여행보다는 집에서 영화 채널을 보면서 즐기려고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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